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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 달의 예산감시] 명시이월

by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 2023. 9. 23.

결산의 계절이 지났습니다. 매 해 8월이 되면 각 지자체에서는 작년 한해 사용했던 예산의 결산서를 작성합니다. 결산이 마무리 되면 9월에는 결산서를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합니다. 

 

9월 이 달의 예산감시에서는 결산서에서 관심있게 살펴봐야 할 명시이월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명시이월이란?

쉽게 이야기하면, 올 해 편성된 예산 중 당해년에 지출을 완료하지 못할 것이 "미리 예상 되는 경우"에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 다음 해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참고. 지방재정법 제50조(세출예산의 이월) 
세출예산 중 경비의 성질상 그 회계연도에 그 지출을 마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어 명시이월비로서 세입ㆍ세출예산에 그 취지를 분명하게 밝혀 미리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은 금액은 다음 회계연도에 이월하여 사용할 수 있다.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합니다. 올 해 그 지출을 마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어야 한다는 점,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산을 집행하다보면, 예기치 못하게 집행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가령, 지자체에서 생활쓰레기 처분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부지 확보를 위해 필요한 토지를 매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는 환경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논의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2023년 토지매입과 공사 개시를 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이 수용하지 못할 경우 해가 다 가도록 예산을 집행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다음 해까지 사업이 연기될 수 있으므로, 이월의 필요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왜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도록 했을까요? 지출을 마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판단을 집행부 임의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만약 "미리 예상하는 행위"를 집행부 임의대로 한다면, 집행부가 예산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당해년에 집행해야할 예산을 쓰지 않고 묶어둔 채 내년도로 이월하게 돼,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명시이월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 각 지자체에서 처리하는 명시이월의 경우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못하는 3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① 의회 의결을 연말에 몰아서 하는 경우

명시이월 내역 사업들의 의회의결일을 살펴보면, 어느 지자체나 명시이월을  차후년 예산 심의 회기 때(11월,12월 지방의회 회기)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에 대한 지적이나 논의를 찾아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달리보면, 지출이 완료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전 판단에 대한 의회의 개입(의결하라는 것은 심의하라는 의미입니다)이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집행부의 필요에 따라 올해 편성된 예산을 내년에 자의적으로 이월해 당장 올해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다른 의미의' 예산 낭비가 발생합니다. 의회에서는 이를 묵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② 사고이월과 차이가 없는 경우

명시이월 내역서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사유는 바로 "사업기간 부족"입니다. 그런데 사고이월의 내역서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사유도 바로 "사업기간 부족"입니다. 핵심은 왜 사업기간이 부족했는지입니다. 예산을 집행하다 정말 예기치 못하게 사업을 마치지 못했다면 사업기간 부족에 따른 사고이월일 수 있지만, 예산을 지출해 오다가 뜬금없이 사업기간 부족을 이유로 명시이월을 하게 된다면 이는 명시이월과 사고이월을 혼재해 집행부 편의대로 사업기간을 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또는 사고이월을 가리기 위해서 명시이월을 오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참고. 지방재정법 50조
세출예산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비의 금액은 사고이월비(事故移越費)로서 다음 회계연도에 이월하여 사용할 수 있다.

1. 회계연도 내에 지출원인행위를 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회계연도 내에 지출하지 못한 경비와 지출하지 아니한 그 부대 경비
2. 지출원인행위를 위하여 입찰공고를 한 경비 중 입찰공고 후 지출원인행위를 할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비
3. 공익ㆍ공공 사업의 시행에 필요한 손실보상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비
4. 경상적 성격의 경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비

③ 하반기 추경에 사업을 편성하고 명시이월하는 경우

명시이월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결산이 완료 된 후 9월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서 새로운 신규 사업이 추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업들 중 많은 경우 명시이월이 됩니다. 사업을 당해년에 추진하기 어려운 시기에 신규사업을 편성해 놓고, 그 해 사업을 하지 못할 것으로 미리 예상되는 사업이라면, 과연 추가경정예산에 신규 사업으로 편성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런 사업들이 과연 그 해 꼭 필요한 사업일까요? 

 

추가경정예산이란 당해 사업을 추진할 때 편성한 예산의 배분을 다시 하는 것입니다. 재난, 재해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해년에 할 수 없는 사업을 굳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명시이월내역서 어떻게 확인하나?

명시이월내역서는 대체로 결산서 첨부서류를 통해 지자체 홈페이지에 게시됩니다. 지방회계법 17조 1항 3에 따르면 결산서에는 반드시 명시이월내역서(및 사고이월, 계속비이월 내역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방재정법 44조의2 1항 10에서도 예산서 반드시 명시이월내역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예산서의 첨부서류는 홈페이지게 게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지자체에 따라 결산서 첨부서류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 경우 정보공개청구를 하시면 됩니다. 

 

명시이월 내역서를 확보하셨다면, 기본적으로 사업과 이월 사유를 살펴야 합니다. 그 다음 의회의결일을 살펴야 합니다. 현재 명시이월내역서에는 의회 의결일이 별도로 표기되고 있지 않기에 의회의결일은 전화로 문의하거나 정보공개청구를 하셔야 합니다. 또 앞서 제시된 3가지 문제, 의회에서 명시이월 사유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사고이월과 혼재해 사용하지 않는지, 당해년에 사업을 할 수 없음에도 예산을 편성해 다른 의미의 예산낭비를 하진 않았는지를 꼭 살펴봐야 합니다. 

 

결산서 첨부서류 사례 

천안시 살펴보기

전라북도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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